2017. 12. 22. 선고 2017도14560 사기 등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가 성립하기 위해 대표 또는 대리관계의 자격이 표시되어야 하는지가 문제된 사례]


  피고인이 임대인을 대표하거나 대리할 권한 없이 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임대차계약서의 임대인 란에 피모용자의 상호를 기재하고 대표 또는 대리관계의 표시 없이 그 옆의 괄호 안에 피고인의 이름을 기재한 후 피고인의 도장을 날인한 사안에서, 임대차계약서의 형식과 외관, 위 계약서의 작성 경위, 종류, 내용, 거래에서 위 계약서가 가지는 기능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는 일반인이 피모용자의 대표자 또는 대리인의 자격을 가진 피고인에 의해 작성된 문서라고 믿게 할 수 있는 정도의 형식과 외관을 갖추고 있다고 보아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의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한 사례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가 성립하기 위해 대표 또는 대리관계의 자격이 반드시 표시되어야 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자격모용에 의한 사문서작성죄는 문서위조죄와 마찬가지로 문서의 진정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으로, 행사할 목적으로 타인의 자격을 모용하여 작성된 문서가 일반인으로 하여금 명의인의 권한 내에서 작성된 문서라고 믿게 할 수 있는 정도의 형식과 외관을 갖추고 있으면 성립한다(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9606 판결 참조).
대표자 또는 대리인의 자격으로 임대차 등 계약을 하는 경우 그 자격을 표시하는 방법에는 특별한 규정이 없다. 피고인 자신을 위한 행위가 아니고 작성명의인을 위하여 법률행위를 한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의 표시가 있으면 대표 또는 대리관계의 표시로서 충분하다. 일반인이 명의인의 권한 내에서 작성된 문서로 믿게 하기에 충분한 정도인지는 문서의 형식과 외관은 물론 문서의 작성 경위, 종류, 내용과 거래에서 문서가 가지는 기능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6다 233576


사안 :  대부업자인 원고가 대부중개업자를 통해 팩스로 건네받은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서에 연대보증인으로 이름이 기재되어 있는 피고를 상대로 대출원리금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막연히 위 연대보증계약서의 연대보증인란에 피고의 이름으로 된 서명이 있다는 사실만 가지고 피고의 서명이 있다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피고가 직접 서명한 것인지 아니면 타인이 피고의 이름으로 서명한 것인지를 제대로 심리하여 명확히 가려야 하는데, 피고가 직접 서명하였다는 점에 대한 원고의 증명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판단하여,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인용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구 보증인보호법 제3조 제1항에서 정한 보증인의 서명보증인의 자필서명만을 의미하는지

구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2015. 2. 3. 법률 제1312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보증인보호법이라 한다) 3조 제1항은 보증은 그 의사가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되어야 효력이 발생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구 보증인보호법은 보증에 관하여 민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아무런 대가 없이 호의(好意)로 이루어지는 보증으로 인한 보증인의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방지하고, 금전채무에 대한 합리적인 보증계약 관행을 확립함으로써 신용사회 정착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1). 이러한 구 보증인보호법이 보증의 의사표시에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을 요구하는 것은, 보증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하게 함으로써 보증 의사의 존부 및 내용에 관하여 분명한 확인수단을 보장하여 분쟁을 예방하는 한편, 보증인으로 하여금 가능한 한 경솔하게 보증에 이르지 아니하고 숙고의 결과로 보증을 하도록 하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323372 판결 참조).

일반적으로 서명은 기명날인과 달리 명의자 본인이 자신의 이름을 쓰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보증인의 서명에 대해 제3자가 보증인을 대신하여 이름을 쓰는 것이 포함된다면, 보증인이 직접 자신의 의사표시를 표시한다는 서명 고유의 목적은 퇴색되고 사실상 구두를 통한 보증계약 내지 보증인이 보증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보증계약의 성립을 폭넓게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며, 이는 경솔한 보증행위로부터 보증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구 보증인보호법의 입법취지를 몰각시키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구 보증인보호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 규정 내용 등을 종합해 보면, 구 보증인보호법 제3조 제1항에서 정한 보증인의 서명은 원칙적으로 보증인이 직접 자신의 이름을 쓰는 것을 의미하며 타인이 보증인의 이름을 대신 쓰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대법원 2017. 12.22. 선고 201615868

사안 : 피고인에게 금품을 공여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후 자살한 참고인 진술이 특히 신방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음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증거능력을 배척한 원심을 수긍한 사례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의 의미


형사소송법 제312, 313조는 참고인 진술조서 등에 대하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는 등 엄격한 요건이 충족될 경우에 한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직접심리주의 등 기본원칙에 대한 예외를 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314조는 여기에서 나아가 원래의 진술자 등에 대한 반대신문을 할 기회가 없었는데도 참고인 진술조서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 예외를 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312조에 정한 조서나 제313조에 정한 서류 등은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진술을 요하는 자가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진술할 수 없고 그 진술 또는 서류의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 여기에서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는 진술내용이나 조서 또는 서류의 작성에 허위가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고, 진술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59561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 대한 증명은 단지 그러할 개연성이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14. 2. 21. 선고 201312652 판결, 대법원 2014. 4. 30. 선고 2012725 판결 등 참조).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573753


(사안)

원고가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승소확정판결을 받은 상태에서 판결에 기재된 피고의 주소와 폐쇄등기부에 등재된 등기명의인의 주소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등기관이 등기신청을 각하하고 등기관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였으나 이의신청도 기각되자, 피고의 주소가 폐쇄등기부상 주소로 기재된 판결을 받기 위하여 동일한 청구의 소를 다시 제기한 사안에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소가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소를 각하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1. 등기권리자가 판결에 의하여 단독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하는 때에 판결에 기재된 피고의 주소가 등기기록에 기록된 등기의무자의 주소와 다르고 주민등록등초본에 의하여 피고와 등기의무자가 동일인임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 부동산등기법상 등기의무자의 동일성을 증명하는 절차


부동산등기규칙 제46조 제1항은 부동산등기를 신청하는 경우에 그 신청정보와 함께 첨부정보를 등기소에 제공하여야 한다고 정하면서 등기원인을 증명하는 정보등 필요한 첨부정보를 각 호에서 열거하고 있다. 등기에 필요한 첨부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경우 등기관은 부동산등기법 제29조 제9호에 따라 등기신청을 각하하여야 한다.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등기의무자의 주소 또는 사무소 소재지를 증명하는 정보를 첨부정보로 제공하여야 한다(부동산등기규칙 제46조 제1항 제6). 등기권리자가 판결에 의하여 단독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하는 때에 판결에 기재된 피고의 주소가 등기기록에 기록된 등기의무자의 주소와 다르고 주민등록등초본에 의하여 피고와 등기의무자가 동일인임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 등기신청인은 피고와 등기의무자가 동일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의 하나로 그 동일인임을 확인하는 데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자의 보증서면과 그 인감증명, 기타 보증인의 자격을 인정할 만한 서면(예컨대 공무원재직증명서, 변호사등록증서사본, 법무사자격증사본 등)을 제출할 수 있다(등기선례요지집 제7권 제75, 77). 다만 구체적인 사안에서 판결에 기재된 피고와 등기기록에 있는 등기의무자가 동일인임이 인정된다고 보아 그 등기신청을 수리할 것인지 여부는 등기신청을 심사하는 등기관이 판단할 사항이다.

이와 같이 판결에 기재된 피고가 등기의무자와 동일인이라면 등기권리자는 등기절차에서 등기의무자의 주소에 관한 자료를 첨부정보로 제공하여 등기신청을 할 수 있고, 등기관이 등기신청을 각하하면 등기관의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의 방법으로 불복할 수 있다. 등기신청에 대한 각하결정이나 이의신청에 대한 기각결정에는 기판력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각하결정 등을 받더라도 추가 자료를 확보하여 다시 등기신청을 할 수 있다.


2.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당사자가 이러한 절차를 거치는 대신 피고의 주소가 등기기록상 주소로 기재된 판결을 받기 위하여 전소(前訴)의 상대방이나 그 포괄승계인을 상대로 동일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소를 다시 제기하는 경우 소의 적법 여부 (소극)

확정된 승소판결에는 기판력이 있으므로,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당사자가 위와 같은 절차를 거치는 대신 피고의 주소가 등기기록상 주소로 기재된 판결을 받기 위하여 전소(前訴)의 상대방이나 그 포괄승계인을 상대로 동일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소를 다시 제기하는 경우 그 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다25194(본소), 2014다24200(반소)


(사안)

원고가 허위 경력의 이력서를 제출하여 피고 회사의 백화점 매장 매니저로 채용되었다가 사실이 밝혀져 해고되었는데 부당해고 구제절차에서 해고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후 이 사건 소로써 그 부당해고 기간 중의 임금을 청구하자 피고가 소송계속 중 원고의 경력사칭이 기망행위에 해당함을 이유로 근로계약 자체를 취소한 사건에서, 근로계약이 근로기준법의 제한을 받는 점에서 일반 계약과 다른 특성이 있으나 그 본질은 사법상 계약이므로 의사표시에 취소 사유가 있다면 이를 이유로 한 취소가 허용되고, 다만 계속적 채권관계인 근로계약에 따라 행하여진 근로자의 노무제공의 효과를 소급하여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므로 취소의 효력은 장래를 향하여 인정될 뿐이며, 따라서 취소 이전의 부당해고 기간 중의 임금지급의무가 여전히 인정됨에도 단지 그 기간 중에 노무제공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기간까지 취소의 소급효가 인정되어 피고의 임금지급의무가 없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 사례


근로자의 경력사칭을 이유로 한 사용자의 근로계약 취소의 가능 여부 및 그 취소의 소급효 인정 여부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으로서 기본적으로 그 법적 성질이 사법상 계약이므로 계약 체결에 관한 당사자들의 의사표시에 무효 또는 취소의 사유가 있으면 그 상대방은 이를 이유로 근로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여 그에 따른 법률효과의 발생을 부정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다. 다만, 그와 같이 근로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근로계약에 따라 그 동안 행하여진 근로자의 노무 제공의 효과를 소급하여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므로 이미 제공된 근로자의 노무를 기초로 형성된 취소 이전의 법률관계까지 효력을 잃는다고 보아서는 아니되고, 취소의 의사표시 이후 장래에 관하여만 근로계약의 효력이 소멸된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7. 12. 28. 선고 201717762

 

[운전면허 없이 아파트 단지 내 지하주차장에서 차량을 운전한 행위가 무면허운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 사례]


1. 도로교통법상 도로에서 운전한 경우에만 무면허운전에 해당하는지(적극)


 도로교통법 제43조는 누구든지 제80조에 따라 지방경찰청장으로부터 운전면허를 받지 않거나 운전면허의 효력이 정지된 경우에는 자동차등을 운전하여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43), 이를 위반한 경우 처벌하고 있다(도로교통법 제152조 제1).

도로교통법 제2조 제1호는 도로란 도로법에 따른 도로(가목), 유료도로법에 따른 도로(나목), 농어촌도로 정비법에 따른 농어촌도로(다목), 그 밖에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마가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로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라목)를 말한다고 정하고 있다.

도로교통법 제2조 제26호는 운전이란 도로에서 차마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조종을 포함한다)을 말한다고 정하되, 다음 세 경우에는 도로 외의 곳에서 운전한 경우를 포함한다고 정하고 있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1, 44), 약물(마약, 대마 및 향정신성의약품과 그 밖에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로 인하여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의 운전’(148조의2 3, 45), 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하고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나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성명전화번호주소 등을 말한다) 제공을 하지 않은 경우(정차된 차만 손괴한 것이 분명한 경우에 제54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하지 아니한 사람은 제외한다)’(도로교통법 제148, 54조 제1)가 그것이다.

개정 도로교통법(2017. 10. 24. 법률 제14911호로 개정되어 2018. 4. 25. 시행될 예정이다) 2조 제26호는 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인하여 주정차된 차만 손괴한 것이 분명한데, 54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하지 않은 경우(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0)에도 도로 외의 곳에서 한 운전을 운전 개념에 추가하고 있다.

위와 같이 도로교통법 제2조 제26호가 술이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등 일정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도로 외의 곳에서 운전한 경우를 운전에 포함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반면, 무면허운전에 관해서는 이러한 예외를 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도로교통법 제152, 43조를 위반한 무면허운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운전면허를 받지 않고 자동차등을 운전한 곳이 도로교통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도로, 도로법에 따른 도로’, ‘유료도로법에 따른 도로’, ‘농어촌도로 정비법에 따른 농어촌도로’, ‘그 밖에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마가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로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중 하나에 해당해야 한다.

위에서 본 도로가 아닌 곳에서 운전면허 없이 운전한 경우에는 무면허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 도로에서 운전하지 않았는데도 무면허운전으로 처벌하는 것은 유추해석이나 확장해석에 해당하여 죄형법정주의에 비추어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운전면허 없이 자동차등을 운전한 곳이 위와 같이 일반교통경찰권이 미치는 공공성이 있는 장소가 아니라 특정인이나 그와 관련된 용건이 있는 사람만 사용할 수 있고 자체적으로 관리되는 곳이라면 도로교통법에서 정한 도로에서 운전한 것이 아니므로 무면허운전으로 처벌할 수 없다.


 2. 아파트 단지 내 지하주차장이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파트 단지 내 지하주차장은 아파트 단지와 주차장의 규모와 형태, 아파트 단지나 주차장에 차단 시설이 설치되어 있는지 여부, 경비원 등에 의한 출입 통제 여부, 아파트 단지 주민이 아닌 외부인이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는지 여부 등에 따라서 도로교통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도로에 해당하는지가 달라질 수 있다.


   

집합건물의 공용부분 변경에 관한 업무는 구분소유자 전원으로 법률상 당연하게 성립하는 관리단에 귀속되고, 변경에 관한 사항은 관리단집회에서의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4분의 3 이상의 결의[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라 한다) 15조 제1] 또는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5분의 4 이상의 서면이나 전자적 방법 등에 의한 합의(집합건물법 제41조 제1)로써 결정하는 것이므로, 집합건물의 관리단은 위와 같은 방법에 의한 결정으로 구분소유자들의 비용 부담 아래 공용부분 변경에 관한 업무를 직접 수행할 수 있음은 물론, 타인에게 위임하여 처리할 수 있고, 집합건물이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주택에 해당하여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되어 있는 경우라면 입주자대표회의에 위임하여 처리할 수도 있다.

 

따라서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5분의 4 이상이 난방방식의 변경과 같이 공용부분 변경에 해당하는 공사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서면동의서를 입주자대표회의 앞으로 제출하고 이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의가 업무를 처리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집합건물의 관리단이 집합건물법 제41조 제1항에서 정한 구분소유자들의 서면동의로써 입주자대표회의에 공용부분 변경에 관한 업무를 포괄적으로 위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집합건물의 관리단이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라 한다) 15조 제1항에서 정한 특별결의나 집합건물법 제41조 제1항에서 정한 서면이나 전자적 방법 등에 의한 합의의 방법으로 입주자대표회의에 공용부분 변경에 관한 업무를 포괄적으로 위임한 경우에는, 공용부분 변경에 관한 업무처리로 인하여 발생하는 비용을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사람이 구분소유자들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통상적으로 비용에 관한 재판상 또는 재판외 청구를 할 수 있는 권한도 함께 수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입주자대표회의가 공용부분 변경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체납된 비용을 추심하기 위하여 직접 자기 이름으로 비용에 관한 재판상 청구를 하는 것은 임의적 소송신탁에 해당한다.

임의적 소송신탁은 원칙적으로는 허용되지 않지만, 민사소송법 제87조에서 정한 변호사대리의 원칙이나 신탁법 제6조에서 정한 소송신탁의 금지 등을 회피하기 위한 탈법적인 것이 아니고, 이를 인정할 합리적인 이유와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제한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 그런데 구분소유자들의 비용 부담 아래 구분소유자들로 구성되는 집합건물의 관리단이 입주자대표회의에 위임하여 공용부분 변경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데에는 합리적인 이유와 필요가 있고, 그러한 업무처리방식이 일반적인 거래현실이며, 공용부분 변경에 따른 비용의 징수는 업무수행에 당연히 수반되는 필수적인 요소이고,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주택관리업자에게 관리업무를 위임하고 주택관리업자가 관리비에 관한 재판상 청구를 할 수 있는 것이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인정되고 있다[구 주택법(2015. 8. 11. 법률 제134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43조 제2, 5, 45조 제1].

 

이러한 점 등을 고려해 보면, 집합건물법 제15조 제1항에서 정한 특별결의나 집합건물법 제41조 제1항에서 정한 서면이나 전자적 방법 등에 의한 합의의 방법으로 집합건물의 관리단으로부터 공용부분 변경에 관한 업무를 위임받은 입주자대표회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분소유자들을 상대로 자기 이름으로 소를 제기하여 공용부분 변경에 따른 비용을 청구할 권한이 있다(대법원 2017. 3. 16. 선고 20153570 판결).



 

민법 제746조는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하여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면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불법이 있다고 하려면, 급부의 원인이 된 행위가 그 내용이나 성격 또는 목적이나 연유 등으로 볼 때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될 뿐 아니라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하거나, 급부가 강행법규를 위반하여 이루어졌지만 이를 반환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규범 목적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경우 등에 해당하여야 한다. 그런데 구 농지법의 적용 대상인 농지의 임대차는, 그 대상이 농지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하고 차임을 지급받기로 하는 약정이라는 점에서는 일반적인 부동산 임대차와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이는 과거 소작의 경우 지주가 통상적인 토지 임대료 수준을 넘어 경작이익의 상당부분까지 소작료 명목으로 받아가거나 심지어 신분적 예속 관계까지 형성하였던 것과는 현저히 다르다. , 오늘날의 통상적인 농지 임대차는 경자유전의 원칙과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 등을 위하여 특별한 규제의 대상이 되어 있기는 하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계약 내용이나 성격 자체로 반윤리성·반도덕성·반사회성이 현저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의 농지 면적과 보유 실태 및 농민 인구의 비율, 비농민이 농지를 소유하게 되는 사유의 다양성, 구 농지법의 적용 대상인 농지에는 전·답과 같은 전형적인 농토뿐 아니라 과수원과 그 부속시설의 부지 등도 포함되고, 그러한 토지는 지목과 달리 이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사회 실정, 기타 제반 여건을 감안해 보면, 농지임대차 계약을 근거로 하여 약정 차임을 청구하는 등 계약 내용의 적극적 실현을 구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서 더 나아가 임대차 계약기간 동안 임차인이 당해 농지를 사용·수익함으로써 얻은 토지사용료 상당의 점용이익에 대하여 임대인이 부당이득반환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마저 배척하여 임차인으로 하여금 사실상 무상사용을 하는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하여야만 구 농지법의 규범 목적이 달성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

 

따라서 농지임대차가 농지법에 위반되어 그 계약의 효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 임대 목적이 농지로 보전되기 어려운 용도에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서 농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하는 경우라거나 임대인이 자경할 의사가 전혀 없이 오로지 투기의 대상으로 취득한 농지를 투하자본 회수의 일환으로 임대하는 경우 등 사회통념으로 볼 때 헌법 제121조 제2항이 농지 임대의 정당한 목적으로 규정한 농업생산성의 제고 및 농지의 합리적 이용과 전혀 관련성이 없고 구 농지법의 이념에 정면으로 배치되어 반사회성이 현저하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농지 임대인이 임대차기간 동안 임차인의 권원 없는 점용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데 대하여 임차인이 불법원인급여의 법리를 이유로 그 반환을 거부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79887, 79894 판결)

 


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6265351 장부와 서류 등의 열람등사 청구  



[주주권에 기초하여 회사의 회계장부 등에 대한 열람등사를 구하는 사건]

원고들이 피고의 주주명부상 주주명의로 주식을 인수한 실질주주라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회계장부 등의 열람등사를 구한 사건에서, 원고들은 피고의 주주명부상 주주들의 승낙을 얻어 피고의 주식을 인수하였다거나 주식인수계약의 당사자로서 그에 따른 출자를 이행한 것이 아니므로 주주의 지위를 취득하였다고 볼 수 없고, 설령 원고들이 피고의 주주라는 지위를 취득한 것으로 보더라도 자신들의 명의로 명의개서를 마치지 않는 한 이를 부인하는 피고에 대한 관계에서는 원칙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상고를 기각한 사례


[법원판단]

원고들이 타인의 명의로 피고의 주식을 인수하여 피고의 주주로서의 지위가 인정되는지 여부

상법 제332조 제1항은 가설인(假設人)의 명의로 주식을 인수하거나 타인의 승낙 없이 그 명의로 주식을 인수한 자는 주식인수인으로서의 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2항은 타인의 승낙을 얻어 그 명의로 주식을 인수한 자는 그 타인과 연대하여 납입할 책임이 있다고 정한다. 이처럼 상법은 가설인(이는 현실로는 존재하지 않고 외형만을 꾸며낸 사람을 가리킨다)이나 타인의 이름으로 주식을 인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그 납입책임을 부과하고 있지만, 누가 주주인지에 관해서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타인의 명의로 주식을 인수한 경우에 누가 주주인지는 결국 주식인수를 한 당사자를 누구로 볼 것인지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발기설립의 경우에는 발기인 사이에, 자본의 증가를 위해 신주를 발행할 경우에는 주식인수의 청약자와 회사 사이에 신주를 인수하는 계약이 성립한다. 이때 누가 주식인수인이고 주주인지는 결국 신주인수계약의 당사자 확정 문제이므로, 원칙적으로 계약당사자를 확정하는 법리를 따르되, 주식인수계약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발기인은 서면으로 주식을 인수하여야 한다(상법 제293). 주식인수의 청약을 하고자 하는 자는 주식청약서 2통에 인수할 주식의 종류수와 주소를 기재하고 기명날인하거나 서명하여야 한다(상법 제302조 제1, 425). 이와 같이 상법에서 주식인수의 방식을 정하고 있는 이유는 회사가 다수의 주주와 관련된 법률관계를 형식적이고도 획일적인 기준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여 이와 관련된 사무처리의 효율성과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주식인수계약의 당사자를 확정할 때에도 이러한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여야 한다.


타인 명의로 주식을 인수하는 경우에 주식인수계약의 당사자 확정 문제는 다음과 같이 두 경우로 나누어 살펴보아야 한다.

첫째, 가설인 명의로 또는 타인의 승낙 없이 그 명의로 주식을 인수하는 약정을 한 경우이다. 가설인은 주식인수계약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 한편 타인의 명의로 주식을 인수하면서 그 승낙을 받지 않은 경우 명의자와 실제로 출자를 한 자(이하 실제 출자자라 한다) 중에서 누가 주식인수인인지 문제되는데, 명의자는 원칙적으로 주식인수계약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 자신의 명의로 주식을 인수하는 데 승낙하지 않은 자는 주식을 인수하려는 의사도 없고 이를 표시한 사실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출자자가 가설인 명의나 타인의 승낙 없이 그 명의로 주식을 인수하기로 하는 약정을 하고 출자를 이행하였다면, 주식인수계약의 상대방(발기설립의 경우에는 다른 발기인, 그 밖의 경우에는 회사)의 의사에 명백히 반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주의 지위를 취득한다고 보아야 한다.


둘째, 타인의 승낙을 얻어 그 명의로 주식을 인수하기로 약정한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계약 내용에 따라 명의자 또는 실제 출자자가 주식인수인이 될 수 있으나, 원칙적으로는 명의자를 주식인수인으로 보아야 한다. 명의자와 실제 출자자가 실제 출자자를 주식인수인으로 하기로 약정한 경우에도 실제 출자자를 주식인수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실제 출자자를 주식인수인으로 하기로 한 사실을 주식인수계약의 상대방인 회사 등이 알고 이를 승낙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그 상대방은 명의자를 주식인수계약의 당사자로 이해하였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2017. 12. 5. 선고 201715628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  



[피고인이 기소된 사안]


피해자 종중이 모시는 선조 AB, C 중 누구의 아들인지에 관하여 논란이 있던 상황에서 관련 민사판결에 의하여 B의 아들인 것으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음에도 피고인이 이와 다른 내용을 기재한 책을 출간하여 관련 종중 임원 등에게 배포함으로써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위 책에서 사용한 표현은 결국 AB의 아들이 될 수 없다는 견해를 주장하면서 반대 주장의 근거가 빈약하다고 지적하는 평가 내지 이를 감정적과장적으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여 형법상 명예훼손죄에서의 사실의 적시라 보기 어렵고, 나아가 민사판결의 사실인정은 상대적이어서 이와 다른 내용을 기재하였다고 하여 바로 명예훼손죄에서의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한다고 쉽게 단정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해석이 되기 쉽다는 이유 등을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을 파기환송 한 사례

 

[법원 판단]


1. 명예훼손죄에서의 사실의 적시와 의견표현의 구별 기준,

 2. 민사판결이 인정한 사실과 다른 사실을 주장하는 것이 허위 사실 적시에 해당하는지 여부(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합헌적 해석)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하고 적시된 사실은 이로써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띠어야한다(대법원 2000. 2. 25. 선고 982188 판결 등 참조). 이때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 표현내용이 증거에 의한 입증이 가능한 것을 말하고 판단할 진술이 사실인가 또는 의견인가를 구별함에 있어서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입증가능성, 문제 된 말이 사용된 문맥, 그 표현이 행하여진 사회적 상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8. 3. 24. 선고 972956 판결 등 참조).

다른 사람의 말이나 글을 비평하면서 사용한 표현이 겉으로 보기에 증거에 의해 입증 가능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서술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글의 집필의도, 논리적 흐름, 서술체계 및 전개방식, 해당 글과 비평의 대상이 된 말 또는 글의 전체적인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평균적인 독자의 관점에서 문제 된 부분이 실제로는 비평자의 주관적 의견에 해당하고, 다만 비평자가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 이해된다면 명예훼손죄에서 말하는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7. 5. 11. 선고 201619255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어떠한 의견을 주장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견해나 그 근거를 비판하면서 사용한 표현의 경우에도 다를 바 없다

        

한편 민사재판에서 법원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있는 사실관계에 대하여 처분권주의와 변론주의, 그리고 자유심증주의의 원칙에 따라 신빙성이 있다고 보이는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를 받아들여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민사판결의 사실인정이 항상 진실한 사실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진실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없는 과거의 역사적 사실관계 등에 대하여 민사판결을 통하여 어떠한 사실인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이후 그와 반대되는 사실의 주장이나 견해의 개진 등을 형법상 명예훼손죄 등에 있어서 허위의 사실 적시라는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쉽게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판결에 대한 자유로운 견해 개진과 비판, 토론 등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법률해석이 되어 허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 Recent posts